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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정신없어요. 근데 오길 잘 한것 같다.
    개인 회고 및 생각/대학원생 기록 (2023.09~) 2023. 10. 18. 16:10

    논문읽기-팀플-과제작성-논문읽기-팀플-논문찾기!!!!!!!!

     

    대학원에 온지 어연 6주차.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미 훌쩍 지나버렸다.

    6주차에 접어든 지금의 상황을 숨 한 번 돌리는 겸 돌아보면 너무 바빴다. 순수하게 학교 일로만 바빴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학교 일로 바빴다. 1분 1초도 못 쉴 정도로 바쁘진 않았다. 의도적으로 따수운 거 한 잔 마시면서 멍 때리기도 하고, 중간 중간 애니도 자주 봤기 때문에. 근데 그렇게 중간중간 치고박고 터지며 싸우는 애니라도 봐야 정신을 억지로 과제에서 떼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셀프 칭찬..챱챱..

     

    다음 주면 벌써 중간 과제 제출 기간이다. 와우, 1차수의 반이 저물어 간다. 그동안 CX 관련 수업에서는 정말 양적, 질적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팀플로 열심히 따라가면서 살짝 벅차지만 그만큼 배우는게 많은 시간들을 보내왔다. 디자인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어떤 능력을 길러 어떤 분석을 해낼 줄 알아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이론적 기반들과 적용 경험들을 쌓아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그동안 직감으로 학부 프로젝트들을 버텨온 과거의 내가 대단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다. 그거... 이 방법론 적용하면 더 쉬웠을텐데..싶은 아쉬움들이 지나간다. 아 4명이서 팀플을 하고 있는데, 주제는 미술관에서의 전시 경험이다. 전시를 안 본지도 꽤 됐고, 팀플 자체도 안한지 정말 오래되서 초반엔 살짝 적응하는데 난감함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묘한 시너지를 내며 잘 진행중인 것 같다.

     

    AI 창작과 관련된 수업에서는 어떤 엔진들이 쓰이고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배우고 간소하게나마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를 적용해서 스타일화 작업을 해보는 체험(?)들을 해보는 중이다. 생각보다 엔진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지만 사실 내가 엔진의 사용법을 잘 몰라서)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못 얻고 있지만 슬슬 어떤 이미지를 잘 인식하고, 어떤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에 대한 감이 잡혀가는 중이라 꽤 흥미롭다. 무엇보다 수업에 공학 베이스분들이 많아 질문들을 듣는게 가장 재밌다. 내가 보는 시선과 다른 시선에서 질문이 나오는데, 오 저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요즘 가장 기다려지고 마음이 많이 가는 수업은 시각 개념의 근원부터 쭉 훑어보며 관련된 철학가들의 글을 읽어보는 수업인데, 주로 교수님의 사담과 강의를 듣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수님은 50대 여성분이신데, 본인이 흥미로워하는 주제가 많으시다. 그리고 시각, 시각 철학, 그 외 관심 주제들에 대해 얘기하실 때 눈이 반짝거리고 주변에 생동감으로 가득찬다. 20대의 나이부터 최소 30년이 흐른 저 시간까지 얼마나 많은 호기심과 질문, 탐구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지는 교수님이다. 나도 50대가 되었을 때 저런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결국 이번 학기 내에 소논문 하나를 제출해야 하는 수업이라 주제를 "짜증"이라는 정서로 잡았는데, 재밌지만 쉽지않다. 처음엔 "모바일 서비스 사용시 사용자가 느끼는 짜증 정서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가져갔는데 아무래도 양적 연구가 필요하지만 상황상 어렵고 애초에 "짜증"이라는 정서가 아직 정의가 잘 되어 있지 않는 점이 주요해서, 교수님이 질적연구의 방향으로서 "짜증"이라는 정서에 대해 문헌 위주로 정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가볍게 문헌 조사를 하며 동일하게 느꼈던 지점이라 노선을 살짝 틀어 그 정서 자체를 아주 샅샅이 찾아 정리해보기로 했다. 각 문화권마다 그 단어의 정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차원으로 분석이 되고 있는지 등 싹 모아 누군가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논문을 만들어야지. 아, 교수님이 너무 흥미로워 보이는 책들을 많이 언급하시고 인용하셔서 교수님 수업 갔다 올 때마다 그 자리에서 이북으로 구매하는 책이 늘어나고 있다. 빨리 읽고 싶은데, 다른 논문들이 나..읽어야지..?하고 줄서고 있어서 뒤로 밀리는 중이다. 문득 애니 본 시간에 읽었으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지나가지만 그래도 좀 쉬어야...

     

    전반적으로 정신 없다. 매 순간 스케줄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드니까. 그럼에도 지금은 대학원에 잘 온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사실 대학원에 진학 결정을 내리고 합격 했을 때까지만 해도 살짝 아리송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문학적 표현을 빌려보자면 입 한구석에 꺼끌꺼끌 모래가 굴러다니는 느낌. 뭔가 시원찮은 느낌. 이게 잘 한 결정일지 잘 모르겠는 느낌이었다. 근데 다니다보니 내가 얼마나 지식에 눈이 빛나는 호기심어린 사람들을 동경하고 사랑했었는지가 자주 떠오른다. 그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다시 책상에 앉아 이런 저런 것들을 뒤적이게 된다. 호기심을 쫓아 다른 이들이 남겨놓은 지식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그 때의 공기가 좋다. 그런 사람들을 보는게 좋다. 언젠가 그럴 짬바가 되는 날, 나도 조금 그 지식들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지금 이 상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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